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구성한다.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 거쳐왔을 장대한 역사를 떠올려 보면, 쌀 한 톨에도 마음이 숙연해질 것이다.
과식은 죄악이다.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고 취하고 누리되, 가끔씩 귀를 기울여 세포들과 교감하자. 그러면 세포들은 저마다 그들이 지나 온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할 것이다.
물론 종교적 수련을 위해서는 일부러, 세포들이 기억하는 전생을 모두 지우도록 스스로를 죽이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. 온전히 새 사람으로 거듭나라는 차원에서의 의식일진데 이 과정에서 단식, 침례, 삭발, 목욕 등 다양한 행위를 한다. 어떤 것을 하든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고 본다. 중요한 것은 속사람의 마음가짐 즉, 정신상태인 것이다. 스스로의 몸 세포 하나하나와 교감하여 공명해 볼 정도의 깊은 명상 단계까지 체험해 본 사람이라면 굳이 그런 거추장스러운 요식행위들이 필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. 그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행할 따름이다. 다만, 나의 경우는 그 과정에서 왜 생각이 복잡해지면 '가서 머리 좀 식혀.' 하고 말하는지, 그리고 그게 얼마나 직관적인 말인지 알게 되었다. 조금 더 나아가서, 왜 스님들이 삭발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. 두피와 머리카락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난 후, 이야기를 하나 쓸 생각이다. 머리카락 하나만 집어들고 보는데도, 그것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거쳐왔을 유구한 역사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. 동시에 '나'라는 존재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도 부지런히 '그것들에 대한 생각'을 떠올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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